‘부사의방장(不思議房丈)’은 ‘세상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곳.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없는 어떤 오지나, 깊고 깊은 산 속 어딘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얼마 전 이 ‘부사의방장’이라고 전해져 온 비밀스러운 장소가 한 언론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천하명당 자리로 알려진 이곳은 한국 미륵신앙이 탄생한 성지로도 추앙받는 곳이라고 합니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속하는 내변산 정상 의상봉 아래에 있는 작은 암자 터가 바로 ‘부사의방장’이라고 하는데요. 신라 승려 진표율사가 이곳에서 계를 얻어 미륵신앙의 본산으로 일컬어지는 금산사를 중창했다고해서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부사의방장이라는 곳은 고문헌인 <삼국유사>와 <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천년을 넘도록 마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던 이곳의 위치가 근래 들어 확인된 것은 불과 십수 년 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현재 이곳은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살펴본 이곳의 산세는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낭떠러지 벼랑을 뒤로 하고 바라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인적이 잘 닿지 않는 높은 곳에서 가부좌를 튼 채, 넓게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을 옛 도인의 자취가 엿보이는 듯 싶었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 삼각산 칼바위능선의 칼바위 정상 남쪽 암릉구간
칼바위 정상 남쪽 암릉구간 (오른편 상단에 암릉구간을 기어 오르는 등산객의 모습)
이 부사의방장 탐방취재기를 보며 문득 생각나는 곳이 있었습니다. 사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자주 오르는 산에는 자신만이 휴식을 취하거나 잠시 머무르는 곳이 한 두개 정도는 있기 마련입니다. 주로 능선의 높은 바위 위에서 바라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좋은 곳입니다.
평소 자주 오르는 북한산국립공원 삼각산에도 내변산의 ‘부사의방장’에 못지않은 곳이 있습니다. 삼각산 칼바위능선의 정상을 이루는 칼바위 남쪽 급경사지 중간 바위터가 이런 곳 중에 하나입니다. 약 10m 정도 급경사 암릉구간 중간에 있는 이곳은 뒷면에 우뚝 솟은 바위가 마치 벽을 두르고 있는 형국에 남쪽 방향으론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이곳 넓은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앉아 앞쪽 전경을 바라다보면 가까이는 정릉 탐방소로 이어지는 삼각산 지류와 수유리로 뻗어내려가는 칼바위 능선 지류, 멀리는 한강 넘어 강남과 팔당댐 인근까지 전망이 좋습니다. 오른편으론 능선을 따라 축성된 북한산성이 보입니다.
내변산의 부사의방장이라는 곳은 사진으로만 보았지만 이 삼각산의 칼바위 중간 바위터도 그곳 못지않게 ‘세상의 생각으론 헤아릴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가 주어져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평소 이곳을 오를 때면 항상 이 바위터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색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곳입니다.
짙푸른 삼각산 지류가 끝나는 곳엔 어김없이 아파트촌이 들어 선 서울의 모습은 아파트공화국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합니다. 만일 도심 사이사이 솟아있는 작은 야산들이 없었더라면 정말 삭막했을 법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면 더욱 더 자연의 소중함과 더블어 가끔은 이렇게 자연에서 갖는 사색의 시간이 중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자칭' 삼각산의 부사의방장이라 명명한 곳, 칼바위능선 정상 부근 남쪽 암릉구간 중간지점에 있는 바위터.
지난 겨울, 산행 중 담은 같은 바위터. 바위터 오른편으론 절벽이고 너머는 북한산성 주능선.
칼바위능선을 오를 때면 항상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남쪽 전망이 좋은 이곳,
내변산의 '부사의방장'을 떠올리게 하는 사색의 공간.
칼바위 남쪽 암릉 급경사지 중간에 있는 이 바위터에서 5분 정도 더 걸으면 칼바위 정상에 오르게 됩니다. 북쪽으로 가까이는 능선을 따라 축성된 북한산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로는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모습을 보게됩니다. 칼바위 정상에선 이 세 봉우리와 더불어 북한산성과 대동문, 동장대, 보국문, 대성문 등이 시야에 모두 들어옵니다.
다만, 칼바위 정상 부근은 서쪽면이 아찔한 절벽을 이루고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곳입니다. 낙상사고가 발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근래 들어선 우회로를 만들어 놓아 안전하게 이곳을 지나 북한산성 능선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높게 솟아오른 위험한 암릉구간인 만큼 그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주변 전망은 삼각산에서도 손에 꼽는 곳입니다.
칼바위능선 정상에서 바라본 삼각산 원효봉,노적봉,백운대,만경대,인수봉,영봉 (멀리 좌로부터)
지난 겨울, 칼바위능선 정상 같은 곳에서 바라본 삼각산 전경. 어렴풋이 보이는 북한산성과 대동문, 동장대
부사의방장, 세상의 생각으론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이런 곳은 산을 자주 오르다보면 주변 가까운 곳에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지는 이런 장소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의 생각을 나만의 사색으로 승화시키고 자신의 것으로 어떻게 키워나가느냐 하는 것이 관건일테지요.
내변산의 부사의방장, 평소 자주 오르던 삼각산 칼바위능선 정상 남쪽 암릉구간의 작은 바위터를 떠올리게 합니다.